구독자들 만약 누군가 어느 날 “이거 진짜 세상 그 누구도 모르는 찐 극극극극 비밀이라서 알면 평생 편하게 살 수 없을 정도래. 들어볼래?”하면 어떨 것 같아? 들어보겠니 아님 거절하겠니? 보통 비밀은 금기와 함께 움직여.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들어가면 안 되는 곳에 가야 하고, 위험을 무릅써야 하지. 비밀을 알고 싶은 욕망과 금기 사이를 연결하는 건 호기심이야. 오늘부터 4주에 걸쳐 금기와 욕망을 다룬 이야기를 살펴보려 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은데, 오늘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해외 이야기를 함께 살펴볼 거야. 이번 주는 떠날 나라는 에스토니아야. 러시아와 국경이 맞닿은, 바다 건너 스웨덴과 핀란드를 가까이 둔 나라. 에스토니아의 옛이야기 <달빛 아래 목욕하는 여성들> 지금 시작합니다 ⛵
갑자기 분위기 걸어서 세계 속으로🌍 에스토니아 가고 싶다. 사장님 현지 조사 차원으로 에스토니아로 출장 어떨까요? 사진출저 : unsplash
<aside> 💡 <달빛 아래 목욕하는 여성들>
이 세상 모든 것을 궁금해하는 청년이 있었다. 세상 모든 언어와 지식을 다 배운 후에 청년은 누구도 알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느 날 청년은 비밀을 알고 있는 핀란드 마법사를 만났다. 마법사는 비밀을 알게 되면 평생 편하게 살 수 없다고 했다. 청년은 그래도 괜찮으니 비밀을 알려달라 했다. 마법사는 7년마다 뱀들의 왕이 여는 파티가 있는데 거기에서 음식을 먹으면 세상의 비밀을 알 수 있다 했다. 청년은 숲에서 기다리는데 밤이 되자 뱀들이 모여들었다. 음식은 왕관을 쓴 크고 뚱뚱한 뱀의 왕 옆에 있었다. 청년은 너무 무서워서 포기할까 고민했지만 용기내서 접시로 다가갔다. 뱀들이 청년을 물기 시작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음식을 먹은 뒤 온 힘을 다해 도망갔다. 다음 날 청년은 비밀을 알기 위해 숲으로 향했다. 밤이 되자 금으로 된 사우나가 나타났고 알몸의 여성들이 사우나에서 목욕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홀린 청년은 아침이 되어 여성들이 사라진 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청년은 그날 이후 매일 숲을 찾았지만 전에 봤던 광경을 다시 볼 수 없었다. 청년은 여성들만 기다리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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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서 청년 왜 죽었는지? 빠른 설명 간다 고고!
화소 살피기 하나 : 세상 모든 것을 궁금해하는 청년 설화의 시작과 끝에서 주인공 청년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보자. 일단 처음에 청년은 불만이 있었어. 세상 모든 것을 알고 싶은데 알 수 없는 비밀이 있었거든. 그래서 그 비밀을 찾아 헤맸는데 이게 웬걸, 끝에 청년이 죽고 말았네? 이야기의 흐름은 화소의 성격을 분명하게 만들어줘. **‘세상 모든 것을 궁금해하는 청년’**이라는 화소만 놓고 보면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해 진리를 탐구하다 깨달음을 얻어 현자가 될 수도 있고, 악마와 거래를 할 수도 있어. 긍정/부정 모든 방향으로 해석 가능해. 그런데 청년이 죽었다는 결말을 고려하면 화소의 부정적인 성격이 분명해져. 세상 모든 언어와 지식을 배우고도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은 욕심이었던 거지. 호기심이 독이 되었던 이유가 여기 있어. 청년의 욕심은 적당한 수준을 벗어났던 거야.
화소 살피기 둘 : 뱀들의 왕이 여는 파티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된 걸까? 청년은 그저 세상의 모든 비밀을 알고 싶었을 뿐인데 말야. 답은 청년이 갔던 뱀들의 왕이 여는 파티에서 찾을 수 있어. 깊은 밤 숲속에서 열리는 이 파티에서 청년은 중요한 행동을 해. 무서워도 음식을 먹겠다는 용기보다 더욱 중요한 행동, 바로 뱀과 하나가 되는 모습이야.
몇 시간 동안 기다려보니 자정이 될 때 갑자기 덤불들이 막 바스락거리기 시작했고 그 덤불 뒤에서 뱀들이 쉭쉭거리면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 이 청년이 그 경치를 보고 사실 너무 무서웠습니다. 뱀이 너무 많고 쉭쉭거리는 소리도 너무 크고 그래서 가까이 갈까 말까라는 고민도 했는데, ‘그래도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에 가까이 갔습니다. 근데 뱀들이 그 청년을 물기 시작했고 쉭쉭거리는 소리가 더 커지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청년은 처음 수많은 뱀들이 한데 엉켜 쉭쉭거리는 모습을 보고 공포를 느껴. 가까이 갈까 말까 고민을 하지. 이때까지는 뱀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 그러다가 비밀을 알고 싶다는 그 욕심이 점점 커지면서 뱀에게 물리고 뒤엉키면서 하나가 돼. 청년은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몰라. ‘나는 이런 뚱뚱하고 무서운 뱀과 달라. 이건 내가 원하는 비밀을 얻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행동이야. 저 음식만 먹으면 난 집에 갈 거고 여기 다신 안 올 거야. 이번 한 번뿐이야. 딱 한 번.’ 이런 걸 자기합리화라고 하지. 세상에 딱 한 번은 없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