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러분! 오늘 소개할 신은 오늘이야. 오늘이는 제주도 지역에서 모시는 신인데, 예전에 전해지다가 지금은 전승이 끊긴 신화에 등장해. 전승이 끊겼다보니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했는데 최근 들어 신화가 재발견 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어. 신화 내용이 굉장히 아름답거든. 그럼 오늘이에 대해 살펴볼까?

에픽로그 핸드북 속 오늘이의 모습. 원작의 동화같은 모습이 잘 담겼어. 배경은 사계절이 담긴 원천강이고, 오늘이의 뒤에는 오늘이를 길러준 학이 있지. 옆에 떠 있는 구슬은 야광주야

에픽로그 핸드북 속 오늘이의 모습. 원작의 동화같은 모습이 잘 담겼어. 배경은 사계절이 담긴 원천강이고, 오늘이의 뒤에는 오늘이를 길러준 학이 있지. 옆에 떠 있는 구슬은 야광주야


오늘이가 등장하는 신화 <원천강본풀이> 특징과 줄거리

오늘이가 등장하는 신화 이름은 <원천강본풀이>야. 원천강은 오늘이가 신이 되었다는 장소의 이름인데, 조선시대 원천강은 운명을 점치거나 길흉을 판단할 수 있는 곳으로 여겨졌어. 이런 인식은 원천강이라는 이름의 실존인물에서 유래하는데, 원천강은 중국 당나라 초기 사람으로 관상을 무척 잘 보았다고 해. <원천강본풀이> 속 원천강은 사람을 뜻하는 건 아니구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공존하는 신비의 공간이야. 그럼 이야기 줄거리를 살펴볼까?

어느 날 들에서 여자아이가 솟아났다. 어디선가 학이 날아와 그 여자아이를 보살폈다. 동네 사람들이 아이에게 이름과 나이를 물었는데 모른다고 하자 ‘오늘’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시간이 지나 오늘이는 부모를 찾아 길을 떠났다. 가는 길에 오늘이가 매일과 장상이라는 사람을 만나 길을 묻자 둘은 각각 자신이 항상 글만 읽어야 하는 이유를 알아달라고 했다. 다음으로는 연꽃을 만나 길을 묻자 연꽃은 제일 윗가지에만 꽃이 피고 다른 가지에는 꽃이 피지 않는 이유를 알아달라고 했다. 다음으로 큰 을 만나 길을 묻자 뱀은 야광주를 세 개나 갖고 있는데도 용이 되어 승천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달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옥황상제의 시녀를 만나 길을 물었는데, 그들은 죄를 저질러 그 벌로 물을 푸고 있는데 바가지에 큰 구멍이 뚫려 있어 물을 퍼낼 수 없다며 도와달라 했다. 오늘이가 그들을 도와주자 원천강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오늘이는 긴 여정 끝에 원천강에 도착해 부모를 만났다. 부모는 원천강을 지키라는 옥황상제의 명으로 오늘이와 함께 할 수 없었다고 말하며 원천강 성안을 구경시켜 주었다. 부모와 시간을 보낸 뒤 헤어지며 오늘이는 오는 길에 만난 이들의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물었다. 부모는 매일·장상은 부부가 되면 행복하게 지낼 것이고, 연꽃은 윗가지의 꽃을 따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주면 다른 가지에도 꽃이 필 것이고, 뱀은 야광주 세 개중 두 개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주면 용이 되어 승천할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오늘이연꽃과 야광주를 받고 승천하는 선녀가 되었고, 이후 절마다 다니며 ‘원천강’이라는 이름의 책을 등사하게 되었다.

주목해야 할 오늘이 포인트!

오늘이 이야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어. 우선 오늘이가 만난 친구들! 줄거리를 보면 알겠지만 이야기 구조가 반복되잖아. 오늘이가 길을 물으면 상대가 고민을 얘기하고 길을 알려주는 대가로 해답을 요청하는 구조지. 매일·장상, 뱀, 연꽃이 가진 각각의 고민이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 봐야 해. 그게 <원천강본풀이>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거든. 다음으로 신이 된 오늘이의 역할! 오늘이가 원천강을 주관하는 신이 되었다는데 원천강을 주관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잘 와닿지 않지. 신화라는 게 주인공이 맞닥뜨린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서 그 결과 어떤 신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이야기거든. 그런데 오늘이는 위기 상황 극복 방법이나 신직이 분명하지 않아서 모호해. 그래서 이 의미를 풀어내는 게 중요한 작업이 돼. 이외에도 오늘이가 활용하는 아이템을 살펴보면, 연꽃과 야광주가 있어. 신화에서는 오늘이가 두 아이템을 받는 장면만 나오고 이후에 활용하는 장면은 없어서 두 아이템의 쓰임새를 파악하기는 어려워. 연꽃과 야광주를 어떻게 활용할지 그 방법은 우리의 상상력에 달렸겠지!

오늘이 대상 연구 방향 소개

<원천강본풀이>는 현재까지 전해지는 신화 개수가 적고, 주목받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가 많은 편은 아니야. 연구 방향은 크게 둘로 나뉘는데, 민담 <구복여행>과 내용이 비슷하기에 둘을 비교하는 연구와 원천강의 의미 등을 밝히는 연구가 진행되었지. K가 친절하게 흥미로운 연구 몇 가지를 소개할게!

  1. <원천강본풀이>는 왜 신화일까? 민담과의 비교를 통해 <원천강본풀이> 속 운명관 살피기 <구복여행> 이야기 아니? <구복여행>은 가난한 총각이 옥황상제에게 복을 타러 가는 도중에 어려운 문제를 풀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해결법을 알아와 가르쳐준 뒤, 자신도 복을 받는다는 내용이야. 전국적으로 약 50편의 이야기가 전해지지. 간단한 내용 소개에서도 <원천강본풀이>와 구조가 비슷하다는 게 느껴지지? 두 이야기가 워낙 비슷하다 보니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어. 그런데 ‘그냥 둘이 영향을 주고 받았구나’로 끝내기엔 조금 아쉬워. <구복여행>은 사람들이 재미로 즐기는 민담인데 <원천강본풀이>는 신의 이야기인 신화로 전해지거든. 둘의 차이는 어디서 생기는 걸까?

<구복여행>은 복에 관한 이야기야. 주인공은 나는 왜 복이 없는가?를 고민하며 여행을 떠나지. 여행 과정에서 나 자신의 행복뿐 아니라 남의 행복을 살피는 법을 알게 되면서 생각을 전환하는 방법을 배워. 주인공이 여행하며 복을 받는 방법을 배우는 거야. 반면에 <원천강본풀이>는 팔자와 운명을 다뤄. 자신의 운명을 모르던 뱀, 연꽃, 매일·장상이 운명을 알게 되면서 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되지. 모호하던 그들의 운명이 분명하게 밝혀지는 곳이 바로 원천강이야. 정리하면 삶이 평탄하지 않은 이유는 팔자와 운명을 모르기 때문이고, 팔자와 운명을 알고 이를 실천하면 삶이 순탄하게 풀린다는 사고방식을 <원천강본풀이>가 담고 있는 거지. 복이 나를 지금보다 더 잘 살게 해주는 비교적 단순한 요소라면, 팔자와 운명은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대비하도록 하는 한층 복잡한 요소야. 그렇기에 <원천강본풀이>가 신화가 될 수 있었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