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 오늘 잎이 피니 잎맞이고 꽃이 피니 꽃맞이고 수리영산 화전놀이 들릴 적에 우리 하늘님 전에 한 번 발원도 가보고 문배도 가보고 한 번 이래 가봅시다 "

- 하늘맞이 중 일부


지난주에 에픽레터가 없어서 심심하셨지요? 이번 주부터 산멕이는 다시 시작합니다.

이전 레터에서는 부정을 쫓기 위해 산멕이의 막전막후에서 벌어지는 여러 의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부정을 친 뒤 벌어지는 ‘맞이’**들을 살펴봅니다. 장소를 깨끗하게 정화했으면 다음은 신을 모실 차례입니다. 산멕이에서는 여러 신께 산멕이 왔음을 알리고 소리를 듣고 오신 신을 맞이하는 3가지 맞이가 있습니다. 3가지 맞이는 순서대로 하늘맞이, 산맞이 그리고 문수맞이입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하늘맞이와 산맞이를 함께 보려 합니다.


1. 하늘맞이

부정을 세 번이나 치고 나면, 하늘맞이를 합니다. 하늘맞이는 천군맞이라고도 불립니다. 조상과 화전놀이를 왔다고 하늘의 신에게 알리는 과정입니다. 하늘맞이를 진행하는 무녀가 부르는 무가의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보소 년으론 기해년이고 달로는 삼월달이고 일주는 삼짇날이 옳습니다. 이래 사바세계 남섬부주 해동조선을 들어서니 도로는 강원도고 시로는 삼척시로 돌아 면으론 신지면 안날이 대동 안을 들어서니 산은 상두산이 명산이 옳습니다. 이래 오늘 잎이 피니 잎맞이고 꽃이 피니 꽃맞이고 수리영산 화전놀이 들릴 적에 우리 하늘님 전에 한 번 발원도 가보고 문배도 가보고 한 번 이래 가봅시다. 가자가자 영정가자 영정가자 영정가자 (후략) ”

무녀는 가장 먼저 산멕이가 벌어지는 구체적인 시간과 정확한 위치를 하늘의 천신에게 알립니다. 의례를 진행하는 분들께서는 이렇게 하늘에 알리는 것이 소도의 전통이라고 말합니다. 소도는 고대 삼한에 있었던 성역을 말합니다.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신성한 영역이라 왕도 소도에 들어간 범죄자를 잡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유명합니다. 소도의 전통이라는 이야기는 산멕이가 진행되는 장소가 역사 속 소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기보다, 일상과 구별된 성스러운 공간이라는 상징을 이어받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멕이를 진행하는 공간이 성스러운 공간으로 여겨진다는 점은 ‘남섬부주’라는 표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가에 등장하는 ‘남섬부주’라는 말은 생소한 표현입니다. 남섬부주는 불교적 세계관에서 세상의 중심인 수미산 남쪽의 섬으로, 100년 수명의 인간이 사는 공간을 말합니다. 산멕이의 참여자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세계를 신화적 세계의 구조 속에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도 산멕이를 진행하는 공간이 참여자들에게는 일상적이 않은 성스러운 공간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산멕이는 조상들과 노는 자리지만, 단순히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것과는 다릅니다. 함께 노는 대상인 조상과 신들은 평범한 일상과 동일시할 수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