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하! 금기와 욕망의 관계 2화가 찾아왔어. 지난 시간에 살펴본 에스토니아 이야기에 이어서 오늘은 한국의 이야기를 살펴볼까 해. 혹시 장자못 전설이라고 들어봤니? 절대 뒤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어겨서 돌이 되었다는 며느리 이야기인데 전국적으로 아주 널리 퍼져있는 전설이야. 호기심이 독이 되어 착한 며느리가 돌이 된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할게!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장자못 전설> 동상. 아이를 업고 가다가 뒤를 돌아보는 모습이다. 출처 : 국립민속박물관
이야기 시작에 앞서 전설을 간단히 소개할게. 우리 어릴 적 <전설의 고향>이 워낙 유명했잖아. 그래서 전설이라는 말이 익숙할 거야. 그런데 <전설의 고향>에서 말하는 전설과 학계에서 통하는 전설의 뜻은 조금 달라. 티비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전설이 사실상 모든 옛이야기라면, 학계에서 말하는 전설은 증거물이 남아 있어서 사람들 사이에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전해지는 이야기를 뜻해. 이야기가 쭉 이어지다가 “그래서 생긴 게 저 산이야 or 이 바위야”로 끝나는 이야기 많이 들어봤지? 여행 가서 안내판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찾아볼 수 있어. 전설의 증거물은 보통 마을 사람들에게 익숙한 바위, 탑, 산 등이어서 마을에 자리 잡고 사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해.
그럼 본격적으로 <장자못 전설> 이야기를 살펴보자.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아.
옛날 동네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살았다. 부자는 만석꾼이었지만 아주 인색했다. 하루는 중이 시주를 왔는데 부자가 소 거름을 퍼주었다. 그 모습을 본 며느리가 시아버지 몰래 쌀을 시주했다. 중은 며느리에게 집에 곧 물이 차서 연못이 될 텐데 빨리 집을 떠나되, 어떤 소리가 나도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했다. 며느리가 홀로(혹은 아이를 업고) 집을 떠나는데 갑자기 천둥치는 소리가 나서 뒤를 돌아보았고 그 자리에서 돌이 되고 말았다. 부자의 집터는 연못이 되었고 며느리 바위는 지금도 남아있다.
짠돌이 시아버지와 착한 며느리의 조합. 부자가 벌 받는 건 완전 공감가는데 왜 며느리는 돌이 되었을까 아리송한 부분이 있어.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며느리의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며느리는 중간에 가족으로 합류하는 사람이야. 같은 가족이기는 하지만 집에서 나고 자란 아들, 딸과 중간에 집으로 들어온 며느리는 다르지. 인색한 부자 집안에서 유일하게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인 거야. 부자의 가족들의 ‘우리의 행복만이 중요하다’는 배타적인 가치관이 거름을 퍼주는 행동으로 나타난다면, 며느리의 이타적인 가치관은 쌀을 시주하는 행동으로 나타나지.
이쯤 되니 며느리가 돌이 된 이유가 더욱 궁금해져. 며느리는 시아버지의 말을 어기기 쉽지 않으니 집 분위기를 바꿀 수 없겠지. 그럼 시간이 지나면 며느리는 어떻게 될까? 부자처럼 인색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언제부터 변했는지도 모르게 변할 거야. 스님은 착한 며느리에게 **“집을 떠나라”**고 말해. 이 말을 풀면 ‘지금 네가 속한 공동체에 더 머물면 너도 성격이 변할 테니 인연을 끊으라’는 말이 될 거야. 하지만 며느리는 끝내 인정과 죄책감 때문에 인연을 끊지 못하고 돌이 되지. 단호하게 맺고 끊지 못한 것, 그게 며느리가 돌이 된 이유야.
끊을 때가 됐다면 끊어야 합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