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레터 어땠어? 옛이야기로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다니 신기하지 않아? 오늘은 저번 시간에 이어서 한국 설화 <여우구슬>로 진행된 활동을 소개하려 해. K가 간단하게 처녀와 선생님이 상징하는 바를 설명했잖아. 설명은 내 마음대로 만들어낸 게 아니라, 실제로 <여우구슬>을 가지고 많은 사람이 활동해보고 나온 결과거든. 논문을 보면 이야기를 읽고 마음에 들게 다시 써보는 활동을 했을 때 이야기 양상이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고 해. 한 번 같이 살펴보자!
보자보자 마음을 들여다보자
옛이야기로 마음을 읽는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궁금해해. 재밌고 대중적인 영화나 소설이 있는데 애들이나 읽는 옛이야기로 그런 활동이 가능하냐 이거지. (K의 생각은 다르지만) 옛이야기는 애들이나 읽는 거 아니냐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건 사실이니까. 옛이야기로 마음 읽기가 가능한 이유는 형식상의 특징 때문이야. 옛이야기, 정식 명칭인 설화는 이야기에 빈틈이 굉장히 많아. 굵직한 줄거리만 있지 주인공 심정이 어떤지, 행동하는 이유는 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거든. 그래서 설화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주인공의 심정과 행동 이유를 읽는 사람이 채워 넣게 되지. 그 과정에서 현재 내 심리가 드러나게 되는 거야.
<너 자신을 알라>라는 거창한 프로젝트 이름을 내세웠으니까, 심리학 이론을 슬쩍 설명할까 싶어. 이런 거 있어야지 전문가 티가 좀 난다 이말이야~ 오늘 설명할 이론은 발달심리학에 등장하는 이론, ‘친밀감’이야. 우리가 어릴 때는 가족이 세상의 전부이고 모든 걸 같이 해. 그러다가 나이를 먹으면서 가족에서 친구로 관심이 옮겨가지. 사춘기 때 부모님 말이 다 잔소리로 들려서 싫고 친구랑 놀고 싶고 그렇잖아. 더 나이를 먹으면 인생의 동반자를 만들어서 가정을 꾸리거나 가까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지. 이렇게 부모님에게서 벗어나 타인과 가까운 관계를 만드는데 필요한 게 친밀감이야. 일방적인 애정과 지지를 베푸는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타인과 서로 애정과 지지를 주고받으며 독립적인 존재가 되는데 꼭 필요한 개념이지. 20-40대에게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어.
친밀감은 에릭슨이라는 학자가 제시한 이론이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총 8단계로 나뉜다고 해. / 출처 : **Beatlefeed 티스토리**
앞서 친밀감을 부모와 가까웠던 아이가 점점 독립된 존재로 성장하며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라 설명했어. 그럼 <여우구슬>이 친밀감과 어떤 관계가 있냐, 이야기 속 소년이 딱 친밀감 발달을 시작하는 현실의 우리와 비슷해. 부모와 서당 선생님은 아이의 변화를 금세 알아차릴 만큼 가까운 관계에 있지만 아이는 무슨 일이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부모와 서당 선생님은 모르는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려 해. 하지만 처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방법을 알지 못해서 선생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지. 처녀를 향한 관심과 이끌림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선생님 말을 따르는 미숙한 남성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른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어린아이도 아닌 거지. 소년은 스스로 욕망을 조절하고 판단의 주체가 되도록 성장할 필요가 있어.
① 아이-선생님 관계가 중심이 된 경우
<예시> 구슬을 삼킨 순간 처녀는 여우로 변했고, 사실 그 구슬은 여우가 용이 되기 위한 도구였다. 여우는 아이의 정기를 받아 용이 되려고 했던 것이다. 다행이 선생님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아이는 유명한 지리박사가 되었고 여우는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그 후 아이는 커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지리박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