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에서 맞이하면 산신 뫼 짓기 전에 문수밥을 먼저 떠 이게 전통으로 태백산에 생겼어. - D 스님”
지난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지난 번 레터에서는 더러움과 액운을 막는 부정치기 이후 진행되는 하늘맞이와 산맞이를 함께 보았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마지막 맞이, 문수맞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문수맞이는 이름 그대로 문수보살에게 기도하는 차례입니다. 문수보살은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입니다. 보살은 불교에서 깨달음을 얻고 이 세상을 초월할 수 있지만,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한 우매한 중생들을 돕기 위해 세상 속에서 자비를 실천하는 존재를 말합니다.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조상님들과 노는 의례에 왜 불교의 보살이 등장할까? 의례의 공간인 하늘과 산의 신들에게 알리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보살에게 왜 산멕이를 한다고 알릴까?
조금 뜬금 없어 보이는 문수보살이 등장하는 이유는 강원도 민속종교의 배경에 있습니다. 앞서 산맞이를 설명할 때, 산멕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과거 문중에서 산멕이를 다니던 산의 산신들에게 산멕이 왔음을 알린다고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태백산에 산멕이를 다니던 사람들은 태백산을 대상으로 산맞이도 하고, 문수맞이도 한다고 합니다. D 스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서 여기 태백산 다니다 온 사람들은, 그 사람들은 문수맞이를 하고, 안 다닌 사람들은 문수맞이 안 해. (중략) 태백산에서 맞이하면 산신 뫼 짓기 전에 문수밥을 먼저 떠 이게 전통으로 태백산에 생겼어.”
태백산에는 신라시대 이후로 강한 문수신앙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문수보살을 한반도로 전한 여러 스님들이 태백산을 무대로 활동했기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태백산에 있던 문수 신앙 때문에 태백산 문수봉에 산멕이를 가던 사람들은 문수맞이를 하게 되었고, 그 모습이 현재 산멕이에도 남아있는 것입니다.
평창 오대산 상원사의 문수동자상 / 출처: 불교신문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90509)
태백산에 있던 문수신앙이 산멕이에서 문수맞이를 하는 배경이 된다는 사실은 이해가 되셨겠지요? 그럼에도 아직 의문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 산멕이를 하는 분들은 불교신자이신 걸까요? 산멕이는 민속종교의 의례라서 불교 의례로 보이지는 않는데, 그럼 이분들은 불교 신자가 아니신걸까요? 우리는 산멕이에 참여하는 분들의 종교적 정체성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산멕이에 오랜 시간 동안 참여해온 한 어르신과의 대화 속에서 단서를 얻습니다.
“(불교와 민속종교로) 분리되는 게 아니다. 뭘 하던지 자식들 잘 되면 좋고, 어른들 하는 거니까 하는게 좋은거고. 이치를 따지고 이런 게 크게 (없다.) 이렇게 오래 하다보니까 따로 분리하고 이런 적은 없다.”
산멕이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자신들이 불교와 민속종교의 경계에 걸쳐져 있다거나, 이중적인 정체성이 속에서 충돌한다고 이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내려온 전통과 지금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실천적인 차원으로 이해할 때, 불교와 민속종교가 분리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산멕이의 유지와 보존을 돕는 한 스님 역시도 “참여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되지 않는지. 만인이 서로 배척하지 않고 분쟁 없이 행복하면 된 게 아닌가.”라고 말씀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