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하면 입에서 불을 뿜는 모습을 주로 연상하곤 합니다. 하지만 입에서 불을 뿜는 것은 서양의 드래곤의 특징이며, 동양의 용은 주로 비를 내리게 하는 수신이며 입에서 불을 뿜지 않습니다.
에픽로그에서 작업한 흑룡의 이미지
입에서 불을 뿜지는 않지만 불의 힘을 다루는 동양의 용도 있으니 바로 흑룡입니다. 흑룡은 화산폭발 그 자체의 존재로 불칼을 휘두르는 존재입니다. 백두산 설화인 <천지수>에서 흑룡의 진가를 확인 할 수 있으니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날 백두산에 무시무시한 흑룡이 솟아나 백두산일대의 물줄기를 모조리 말려버려 어떤 생명도 살아남을 수 없는 땅으로 만들어 버렸다. 마을사람들은 힘이 센 백씨 총각을 장군으로 삼고 흑룡의 조화에 맞서 물줄기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물을 찾아도 흑룡이 조화를 부려 훼방을 놓으니 마을사람들은 하나 둘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고 결국 백장군 혼자남아 물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물을 찾을 때마다 흑룡이 장난을 쳐서 물을 말리거나 땅에 도로 묻어버렸다. 그렇게 흑룡의 장난에 농락당하는 백장군에게 아리따운 공주가 찾아왔다.
그녀는 백두산을 다스리는 봉왕의 딸로 백장군의 힘이 되고 싶다며 청석봉 옥장천의 물을 석 달 열흘간 마시면 천하무적의 장수가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백장군은 공주와 함께 험한 산봉우리를 넘고 또 넘어 절벽 밑에 옥 같은 물이 솟아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공주는 100일 뒤 돌아올 테니 그동안 물을 마시며 힘을 기르라고 했다. 3달 동안 옥장천의 물을 마신 백장군은 정말로 힘이 장사가 되어 집채만 한 바위도 번쩍 들어 던지고 수십 길 고목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가 되었다. 무서울 것이 없어진 백장군은 공주가 오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백두산 상상봉으로 올라가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가 열여섯삽을 떠서 동서남북으로 던졌더니 16개의 봉우리가 생겼고, 파낸 곳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 구덩이 아래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 백장군이 계속해서 물을 파려는 순간 갑자기 땅속에서 불칼이 튀어나와 요동을 치더니 백장군의 가슴을 푹 찔렀다. 백장군은 피할 겨를도 없이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뒤늦게 도착한 공주는 쓰러진 백장군에게 옥장천의 물을 떠먹이고 상처를 씻어주니 백장군은 서서히 기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흘이 지나자 백장군은 전보다 더 강해져서 천하무적의 장수가 되었다. 백장군은 공주와 함께 계속해서 땅을 팠고 마침내 땅속에서 거대만 물줄기가 솟아올라 백두산 상상봉의 거대한 구덩이를 가득 메워 호가 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백두산 천지다.
그때 하늘을 검붉게 물들이며 흑룡이 검을 구름을 타고 불칼을 휘두르며 백장군에게 달려들었다. 백장군 역시 구름을 타고 만근도(万斤刀)를 휘두르며 응전하니, 그 기세가 하늘을 흔들었다. 천하의 흑룡도 백장군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아 점점 밀리기 시작했고 결국 흑룡은 천지수라도 말려버릴 생각으로 천지를 향해 불칼을 내리찍었다. 하지만 백장군이 만근도를 휘둘러 불칼을 내려치자 흑룡의 불칼이 박살나며 그 파편이 백두산 북쪽 벼랑 바위에 부딪히며 그 힘으로 벼랑 한쪽이 쪼개져 물길이 생겼으니 이것이 천지의 물이 북쪽으로 흐르게 된 시초다.불칼을 잃은 흑룡은 달아나버렸다.
이후 백장군은 공주와 연을 맺어 부부가 되었고 천지 맑은 물속에 수정궁을 짓고 함께 살면서 호시탐탐 천지를 노리는 흑룡으로부터 백두산을 지키고 있다. 백두산이 날씨가 자주 흐려지며 천둥이 울리고 비가 오며 우박이 쏟아지는 등 천지조화가 무쌍한 이유는 백장군이 미처 분이 풀리지 않은 흑룡과 싸우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칼을 휘두른다고 묘사가 되며 여기 맞으면 어떤 물 줄기든 다 말려버리는 듯 합니다. 불을 다루는 동시에 불에 완전 면역이 있는지 태양을 삼키며 놀기도 하는데 그 모습은 <삼태성> 설화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옛날 흑룡담이라는 큰 늪이 있는 마을이 있었는데 여기에 한 여인이 유복자로 세쌍둥이를 낳았다. 어머니는 아들 삼형제가 여덟 살이 되던 날 십년을 기약하고 훌륭한 재주를 배워 오라고 집에서 내보냈다.
삼형제는 각기 흩어져 초능력을 하나씩 배워왔는데 첫째는 방석에 앉아 손뼉을 한번 치면 구만리를 날아가고, 둘째는 한 눈을 감으면 다른 한 눈으로 구만리를 손금처럼 내다볼 수 있으며 셋째는 무예를 익혀 칼을 휘두르면 번갯불이 일고 활로는 날아가는 새의 눈도 맞추었다.
십년이 지나 삼형제는 어머니에게 돌아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광풍이 불어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천둥이 몰아치면서 흙비와 돌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천지가 온통 어둠에 쌓여 앞 뒤 분간이 안 될 정도였고 결국 흙비와 돌비는 멈추었지만 하늘의 태양이 사라졌다.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들은 까막나라의 불개가 해를 삼킨 것이며 뜨거워서 곧 뱉을 거라고 하였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해는 나타나지 않았다. 태양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공포에 쌓여 목을 움츠리고 새도 노래 부르기를 멈추었으며 맹수들만이 물 만난 물고기처럼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삼형제의 어머니는 삼형제를 불러모아 해를 찾아올 것이며 해를 찾기 전에는 집에는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다. 삼형제가 아무리 찾아도 해의 행방을 알 수가 없었고 궁리 끝에 스승님을 찾아가 물어보았지만 스승들도 알지 못했다. 그때 한 스승이 자신을 가르친 노스승이 향산에 살고 있는데 그분이 모르는 것이 없다고 한다. 과연 그는 모르는 것이 없었으며 해가 사라진 이유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흑룡담에 사는 몸길이가 십리나 되는 두 마리 흑룡부부의 장난으로 이들이 한번 요동치면 구만리 창공을 내달린다고 한다. 이들은 수백 수천 년 마다 하늘에 솟아올라 행패를 부리는데 암룡이 해를 삼키고 하늘 끝에서 서로 놀고 있다고 했다.
삼형제는 흑룡을 쓰러뜨리기 위해 맏이의 방석을 타고 구만리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둘째가 구만리 밖을 내다보니 하늘 일만 팔천 리 위에서 노니는 흑룡 두 마리를 찾아내었다. 첫째가 방석을 조종하고 둘째가 위치를 알려주며 막내가 흑룡에게 번개를 날리며 공격했다. 흑룡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았고 그들이 소리를 지를 때 마다 우르릉 쿵 뇌성이 울렸다. 하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는 삼형제는 무적이었으며 막내가 쏜 화살에 암룡을 해를 토해내 세상은 다시 광명을 되찾았으며 계속되는 삼형제의 추적에 한 마리는 흑룡담으로 도망치고 또 한 마리는 땅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세상은 광명의 되찾았지만 삼형제의 어머니는 도망간 흑룡이 다시 해를 삼키러 나올지 모른다며 하늘에 올라가 영원히 해를 지키라고 했다. 삼형제는 그 길로 밤하늘로 올라가 해를 지키는 세 개의 별인 삼태성(三台星)이 된다.*
악룡에 의해 세상이 어둠에 빠지고 그 악룡을 쓰러뜨려 세상에 다시 광명이 돌아온다는 전형적인 영웅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암룡이 해를 삼키는 것을 화산재가 하늘을 덮는 것으로 해석하여 흑룡=화산이라는 것이 더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삼태성이야기의 흑룡은 불칼을 쓰지는 않았지만 흙과 돌비가 쏟아지게 하고 뇌성을 일이키는 것으 봐서 흑룡이라고 전부 불칼을 쓰는 것은 또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