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주도 잘 보내시고 계신가요? 이번 레터에서는 이어지는 산굿과 조상맞이를 함께 보겠습니다.
산굿은 지난 레터에서 확인한 산신(山神)과 다른 “산”을 맞는 의례입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산은 범을 상징하는 범신입니다. 조금 헷갈리시죠? 마지막으로 확실하게 정리하자면, 첫 번째 산은 봉우리가 있고 계곡이 있는 자연의 일부인 산입니다. 두 번째 산은 호랑이의 우리말인 범을 상징하고 성스러운 대상으로 여겨지는 산입니다. 직접 산멕이에 참가하는 어르신들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조사자 : 산은 어떤 존재인가요? 참가자: 옛날에 우리 조상님들이 범을 믿던 조상들인데 그분들은 다 산을 모시는 거죠.
사실 “산멕이”라는 이름 역시 여기에 등장하는, 범을 상징하는 ‘산’을 먹인다는 의미에서 산멕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산이 상징하는 범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리얼 포장지에 그려진 주황색 호랑이가 아니라 표범이라는 사실입니다. 대개 호랑이 하면 줄무늬를 가진 시베리아 호랑이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산멕이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산이 상징하는 범이 표범이라고 여깁니다. 그래서 이분들에게 그냥 ‘범’은 표범을 의미하고, 시베리아 호랑이를 말하기 위해서는 ‘줄무늬 호랑이’라고 콕 집어서 지칭해야 합니다.
표범신 산의 신체(神體)
위에 보이는 새끼줄이 바로 산입니다. 더 정확히 새끼줄은 보이지 않는 신인 산의 몸을 나타내는 신의 몸, 신체(神體)입니다. 산멕이를 하시는 분들 중 몇몇 분들은 집안에 산을 모시고 있습니다. 산은 대개 부엌에 있습니다. 과거에 고기가 귀했던 시절에는 시장에서 고기를 사와서 아주 조금 떼어다가 산에게 올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조금씩 모인 고기들은 점점 커졌겠지요. 그러다가 산멕이 날 그 고기를 모아 불로 태웠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조금 더 간소하게 고기를 요리하거나 먹기 전 산을 모신 단 위에 잠깐 올려두었다 내려서 먹는다고 합니다.
산을 주목해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산이 단지 표범만을 상징하는 신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신화적인 시조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단군신화에 따르면 우리는 웅녀의 자손입니다. 실제로 우리 몸속에 곰의 DNA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신화와 이야기의 범주에서 볼 때 곰의 후손인 것이지요. 그런데 산멕이에 참여하는 분들은 자신을 곰이나 호랑이의 후손이 아니라 표범의 후손으로 이해합니다. 저는 산멕이를 보러 가서 표범을 신화적 조상으로 여기는 분들을 처음 보았습니다. 너무도 신기해서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대답해주셨습니다.
“A: 신화는 잘 모르고 하여튼 범을 믿고 그래요.” “B: 우리를 돌봐주는 범신이라. 마치 단군 어머니처럼 우리를 있게 한 범신이라 이거야.”
조금은 아쉬운 설명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분명히 참가하는 분들이 표범신 산을 믿고, 일상에서 산의 자리를 마련해두고, 산멕이에서 산에게 음식을 올리며 소망을 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