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복궁 탈환작전>의 보스 중 하나인 땅 귀신 삼두구미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삼두구미는 제주도에서 전승되는 무가인 <삼두구미 본풀이>에 등장하는 괴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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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주나라 터줏골에 삼두구미라고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백발노인이 살았다. 삼두 구미는 각시가 죽어버리자 후처를 얻으러 나섰다. 하루는 삼두구미가 산을 올라가 보니 어떤 나무꾼 하나가 삭정이를 모으고 있었다. 그 나무꾼은 딸만 셋을 데리고 사는데 살림이 아주 보잘것없었다. “어떠한 사람이 허락도 없이 내 땅에서 나무를 하느냐?” 하고 삼두구미가 호령했다. 그러자 나무꾼이 자신이 딸 셋을 데리고 사는데 살림이 너무 어려워서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그랬으니 용서해달라고 빌었다. 이에 삼두구미가 자신이 중매를 해줄 태니 큰돈을 받고 딸을 부잣집에 보내는 것이 어떠하냐고 물어보았다. 나무꾼을 그러겠다고 하고 삼두구미를 집으로 데려와서 큰 값을 받고 큰 딸을 건네주었다. 삼두구미는 큰 딸을 자기 각시로 삼아서 자신이 사는 깊은 산속으로 갔다. 큰딸이 가서 보니 까 산속이라도 고대광실 높은 집에 잘 사는 집 같았다. 삼두구미는 큰 딸을 방에 데려가 앉혀 놓더니 자신의 두 다리를 쑥 뽑아주면서 말했다. “내 각시가 되려면 내가 마을을 다녀오는 동 안에 이걸 다 먹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나무꾼의 큰딸은 깜짝 놀라며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그 다리를 먹을 수가 없어서 그저 시간만 보내다보니 삼두구미가 돌아올 때가 되어 갔다. 큰딸은 마루 널판을 들고서 그 안에다 두 다리를 숨겼다. 그러고 나서 삼두구미가 돌아 와서 물어보자 다리를 다 먹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삼두구미는 자신이 한번 시험을 해보겠다 면서 큰 소리로 “내 다리야!”하고 부르니까 마루 널판 아래에서 “예!”하고 대답소리가 났다. 그러자 삼두구미는 삽시간에 변신을 해서 머리가 셋에 꼬리가 아홉 달린 짐승으로 변하여 “이 망할 년, 누굴 속이려 하느냐?”라고 외치며 나무꾼의 큰딸을 인정사정없이 때려죽였다. 큰딸을 죽인 삼두구미는 다시 백발노인으로 변한 다음 나무꾼의 둘째딸을 꾀어서 자기 집으로 데리고 왔다. 삼두구미는 먼젓번처럼 두 다리를 빼주면서 자기가 돌아오기 전에 다 먹으라고 했다. 둘째딸도 다리를 먹지 않고 한 구석에 숨겼다가 발각이 나서 삼두구미 손에 죽고 말았다. 삼두구미는 다시 나무꾼 집에 가서 셋째 딸에게 말했다. “네 언니들이 부잣집으로 시집가서 잘 사는데 내일 모레 친정에 문안인사를 하러 온다. 그런데 가져올 물건이 많아서 힘드니 가 서 도와주거라.” 셋째 딸은 그 말을 믿고 삼두구미와 함께 길을 나섰다. 삼두구미가 산속 깊 은 곳에 있는 대궐 같은 집으로 들어가는데 셋째 딸은 속으로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지만 참고 따라 들어갔다. 셋째 딸이 언니들이 어디에 있는지 묻자 삼두구미는 잔말 말고 자신과 살자고 했다. 셋째 딸은 비로소 자기가 속은 줄 알았으나 삼두구미를 달래야 된다고 생각해서 태연한 척 하 며 “제가 할 일이 무엇인지 말해 주십시오.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자 삼두구미가 자기 양쪽 다리를 뽑아 주면서 말했다. “내 아흐레 동안 마을을 나갔다 올 테니 그 사이에 이걸 다 먹어라.”라고 했습니다. 셋째 딸이 영감님이 좋아하는 일이 그거냐고 묻자 삼두구미는 그렇다면서 자신은 이 다리를 먹는 사람이 제일 좋다고 했다. 셋째 딸이 그럼 가장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자 날달걀과 동쪽으로 뻗은 버드나무가지 무쇠덩어리가 싫다고 하였다. 그걸 왜 꺼려하냐는 질문에 삼두구미는 차차 알게 될 것이라며 마을로 가버렸다. 혼자 남은 셋째 딸은 울음으로 날을 보내다가 한 꾀를 생각해냈다. 셋째 딸은 장작불을 크게 피우고 삼두구미 두 다리를 불에 태운 다음 손바닥만 한 찌꺼기가 남자 그것을 전대에 똘똘 말아서 자기 배에다 감았다. 그리고 날달걀과 버드나무가지, 무쇳덩어리를 구해다가 숨겨 두었다. 열흘째 되는 날 해 뜰 무렵에 삼두구미가 돌아오자 셋째 딸이 반가이 맞으면서 “영감님 오시기를 내내 기다렸습니다.” 라고 말했다. 삼두구미가 자기 다리는 어떻게 했냐고 묻자 셋 째 딸은 다 먹었다고 대답했고 삼두구미가 확인하려고 “내 다리야!”하고 소리치자 셋째 딸 배 에서 “예!”하는 고리가 퍼져 나왔다. 삼두구미는 셋째 딸이 자시 다리를 모두 먹은 줄 알고 마음을 놓으며 “너는 내 아내가 틀림없다.”라며 칭찬했다. 셋째 딸은 삼두구미에게 “영감님 이름은 무엇입니까?” 라고 물으니 삼두구미는 “나는 삼두구 미다. 사람들이 땅귀라고 부르는 신령이다.”라고 대답했다. 왜 달걀과 버드나무와 무쇳덩어리 가 무서운지 묻자 “하늘귀신이 나한테 땅 일을 물어올 때, 내가 다른 것은 다 휘어잡아도 달 걀과 버드나무와 무쇠는 되지 않는다. 달걀은 ‘나는 눈도 없고 코도 입도 귀도 없으니까 모르 겠다’며 목을 흔드니 어쩌지 못하며, 동쪽으로 뻗는 버드나무 가지는 뻣뻣해서 그것으로 맞으 면 사지가 저려서 움직이지 못한다. 무쇳덩어리는 불에 넣어도 타지 않아서 내가 조화를 부릴 수 없으므로 꺼려한다. 날달걀을 얼굴에 맞추면 앞을 보지 못하고 무쇳덩어리로 가슴을 맞추 면 가슴이 먹먹하니 그 일이 가장 무섭다.”라고 자신이 무서워하는 것과 그 이유를 전부 알려 주었다. 셋째 딸은 그 말을 듣더니만 삼두구미의 머리에 이를 잡아주겠다며 눕게 하고는 숨겨놓았던 버드나무 가지와 달걀과 무쇳덩어리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영감님 이게 무엇입니까?” 하고 삼두구미에게 보이자 삼두구미는 겁을 내면서 머리 셋에 꼬리 아홉인 괴물로 변해서 땀을 줄 줄 흘리며 주저 않아 빨리 저리 치우라면서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셋째 딸은 영감님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알아보겠다며 버드나무가지로 삼두구미를 마구 때렸다. 삼두구미가 달아나니까 그 얼굴에 달걀을 던지고 가슴에 무쇳덩어리를 던지자 삼두구미가 축 처져서 죽어갔다. 셋째 딸은 먹을 갈아서 달걀에 ‘천평지평(天平地平)’이라는 글을 쓴 다음 삼두구미의 겨드랑이에 끼워두었다. 삼두구미를 처치한 셋째 딸은 언니들을 찾기 시작했고 한 방 안에서 죽어서 뼈만 앙상한 두 언니를 찾게 된다. 셋째 딸은 치맛자락에 뼈를 주워 담아서 집으로 돌아와 골목 밖에 모셔 두고 아버지 한테 돌아가 사실을 고했다. 나무꾼은 가난이 죄라고 한탄하며 칠성판을 장만하고 뼈들을 차근차근 주워놓은 다음에 고이 묻어주었다. 나무꾼과 셋째 딸이 버드나무 가지를 한 아름 준비하고 산 속으로 들어가서 보니까 죽었던 삼두구미가 막 살아나려 하고 있었다. 아버지와 딸은 버드나무 가지로 백 대를 때려 죽인다음 방아확에 넣고 빻아서 가루를 내어 바람에 날려 버렸다. 그때부터 묘를 옮길 때는 땅에다 제사를 지낸 다음 묫자리에 달걀 세 개와 무쇠 세 덩어리를 묻고 버드나무 가지를 꽂아서 삼두 구미를 방지하게 되었다.

일상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물건에 간단히 퇴치 당하여 별 거 아닌 존재로 보일지도 모르나 사실 삼두구미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닙니다. 삼두구미는 단순한 요괴가 아니라 그리스 신화의 타나토스처럼 ‘죽음 그 자체가 의인화된 존재’라는 논의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삼두구미의 세 가지 약점을 분석한 이원영 선생의 논문 <삼두구미본의 신화적 성격> 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달걀은 아직 태어난 생명도 아니며 죽은 존재도 아니기 때문에 죽음 그 자체인 삼두구미가 간섭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무쇠덩어리는 생명의 개념 자체가 없는 존재입니다. 마지막으로 버드나무는 본래의 가지를 꺾어 다른 곳에 거꾸로 꽂아두어도 새로 자라날 정도로 강한 생명력을 품고 있기 때문에 삼두구미가 두려워하는 것, 즉 약점이 된다는 논의로 이는 매우 설득력이 있는 주장입니다.

<삼두구미본풀이>가 전승되는 제주도 지역에는 내용이 거의 동일한 와라진 귀신이라는 설화가 전승되고 있는데 지역도 동일하고 내용도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가 형태인 <삼두구미 분풀이>가 설화로 전승된 것이 와라진 귀신이라 생각합니다. 그 밖에도 <한국구비문학대계>에는 숯쟁이 딸과 도깨비라는 비슷한 내용의 설화도 존재합니다. 단 여기서 도깨비는 아침에는 잘생긴 남자가 되고 밤에는 털보가 되며 다리가 아니라 손을 주며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 먹으라고 합니다.

실제로 삼두구미나 도깨비의 육체를 먹는 사람은 없지만 그걸 정말로 먹는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정확히는 알수 없지만 아마 더이상 인간이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