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하! 반가워. 오늘은 지난 2주 동안 설명했던 <여우구슬>로 마음을 읽는 사례를 설명하려 해. 2020년 12월 30-31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에픽로그 내부 워크숍! 그 자리에서는 K의 주도로 팀원들이 <여우구슬> 내용 이어서 생각해보기 활동을 진행했어. 내가 처음 이 활동을 하고 느꼈던 충격과 놀라움을 우리 팀원들도 느낄 수 있다니 심장이 두근거렸다긔.

K가 옛이야기로 워크숍을 뒤집어 놓았다! 워후!

K가 옛이야기로 워크숍을 뒤집어 놓았다! 워후!

염소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하고 처음은 간단히 문학치료학을 설명했어. 우리 팀원들 최대한 내 말을 들어주며 눈을 맞춰 주었지. 다정한 사람들.. 하지만 10분이 지나가면서 나는 조금씩 팀원들의 흔들리는 눈동자 느낄 수 있었어. 호다닥 이론 설명을 마치고 본격 활동 시작! 팀원들에게 제시한 이야기 줄거리는 이래.

(1) 옛날 서당에 마을 아이들이 글을 배우러 다녔는데, 다른 아이들은 서당에 제시간에 도착하는데 한 아이만 유독 늦게 도착했다. (2) 서당 선생님이 이상하게 여기고 왜 그렇게 늦느냐고 하니 아이가 통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3) 아이의 얼굴이 갈수록 수척해지자 다시 서당 선생님이 무슨 일인지 물었다. (4) 아이가 선생님이 하도 다그치고 묻자 할 수 없이 이야기 하기를, 서당 오는 길에 어떤 처녀가 나와서 같이 놀자고 하며 입을 맞추고 노는데 입 맞출 적에 구슬이 처녀 입에서 자기 입으로 왔다 갔다 한다고 했다. (5) 선생님은 그 처녀는 사실 여우이고 구슬은 여의주니 다음에 또 처녀가 나타나거든 구슬을 꿀꺽 삼키라고 하며 구슬을 삼키면 처녀는 여우로 변해 도망갈 것이라 했다. (6) 덧붙여 구슬을 삼키고 하늘을 먼저 보면 세상 모든 일에 통달하는 천기박사가 되고 땅을 먼저 보면 땅속만 거울같이 보는 지리박사가 될 것이니 하늘을 먼저 보라고 했다. (7) ????????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

팀원들은 “아 이거 뻔하다! 이게 결말이 갈리냐?”라며 글을 적기 시작했는데, 갈리는 결말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일단 이야기 방향은 크게 둘로 나뉘었어. 아이가 선생님 말을 그대로 믿는 결말과 선생님을 의심하는 결말이야. 오늘은 네 명의 이야기를 소개해줄게.

팀원 A.

서당선생님 말을 듣고 구슬을 삼켰을거 같다. 처녀 만나고 나서 자기가 얼굴이 수척해졌고, 여우 만나는 걸 숨긴 이유가 처녀가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해서이지 않을까. 여러가지 정황상 선생님 말이 맞아서 처녀 구슬을 삼켰을거 같다. 근데 뭔가 실수해서 땅을 봤을거 같다. 뭔가 옛날 이야기 스토리가 꼭 뒤에서 실수해서 다른거 선택하더라;

A의 이야기에서 소년은 선생님을 의심하지 않아. 아이가 하늘을 봐서 천기박사가 되는 게 가장 좋고, 땅을 봐서 지리박사가 되는 걸 ‘실수’라고 표현한 게 눈에 띄는데, 이 또한 선생님의 말을 아주 잘 따랐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이야. 어른의 말, 지시를 굉장히 잘 따르면서 의심을 품지 않는 성향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아.

팀원 B.

여우를 만나 구슬을 삼켰는데 여우가 방해해서 땅을 본다. 그리고 서당에서 제일가는 천재가 되었다 두둥

B의 이야기에서는 여우의 방해로 아이가 땅을 보았다는 표현이 눈에 띄어. 선생님 말을 잘 따라야 하는데 여우의 방해로 말을 따르지 못한 것! 평소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애인이 너무 자주 보고 싶어 하면 그게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니 B가 격하게 공감했어. B는 충분히 관계가 깊어지기 전까지는 애인의 행동이 귀찮고 나를 방해한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아. 또 아이가 서당에서 제일가는 천재가 되었다는 표현도 재미있는데, 지리박사가 조금 더 큰 개념의 높은 경지의 똑똑함이라면 서당 천재는 보다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똑똑함이잖아? B의 꿈이 ‘큰돈을 벌겠다! 엄청난 사람이 되겠다! 보다 소소하게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ㅎㅎ’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었어.

팀원 C.

아이는 다음날 여우구슬을 꿀떡 삼키고 조선 제일의 천기박사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