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에디터 K. 여신고민상담소를 잠시 쉬면서 우리나라 다양한 신을 소개해보려 해. 오늘 첫 시간의 주인공은 바리공주야. 바리데기라고도 부르지. 요즘에는 바리공주 이야기가 동화책으로도 많이 나오고 교과서에 등장하기도 해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어. 하지만 유명할수록 숨은 이야기가 많은 거 알지? 오늘 바리공주를 자세하게 알아봅시다!
에픽로그에서 제작한 <한국 神과 경복궁 탈환 작전> 핸드북 속 바리공주의 이미지. 온화한 느낌이 잘 드러나.
바리공주 부모가 결혼해서 아들을 원했는데 연이어 딸을 낳는다. 딸이라는 이유로 일곱 번째 딸 바리공주가 버림받는다. 시간이 흘러 바리공주 부모가 병에 걸려 신비한 약수가 필요했다. 부모가 궁에서 키운 여섯 딸에게 약수를 구해달라 부탁하지만 딸은 모두 핑계를 대며 거절한다. 결국 부모가 바리공주를 찾아 부탁하자 바리공주는 약수를 구하러 길을 떠났다. 고생 끝에 약수가 있는 곳에 도착한 바리공주는 약수를 지키는 무장승(동수자)을 만난다. 무장승(동수자)은 자신이 시키는 일을 하면 약수를 주겠다고 말하고, 바리공주는 무장승(동수자)과 결혼해 아이를 셋 낳고 무장승(동수자)이 시키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9년이 지나 바리공주가 약수를 가지고 돌아와 부모를 살려내나. 바리공주는 부모에게 공을 인정받고 죽은 사람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신이 된다.
바리공주 대상 연구 방향 소개 바리공주 이야기가 교과서에 실리는 신화인 만큼 전부터 바리공주를 활용한 현대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졌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책도 많이 만들어졌고, 청소년 대상으로 바리공주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한다던가,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이 계획되기도 했지. 현대적 변용 이외에도 여성주의 관점에서 바리공주 서사에서 여성의 고난을 읽어낸다던가, 영웅적 면모를 파악하기도 했지. 말 그대로 바리공주는 정말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신화라고 할 수 있어. 이렇게 다양하게 바리공주가 연구됐다는 건 알겠는데, 직접 찾아 읽기는 좀 막막하지? K가 친절하게 흥미로운 연구 몇 가지를 소개할게!
바리공주를 활용한 청소년 대상 문학치료 프로그램 혹시 문학치료라는 학문 들어봤니? 우리 옛 설화를 활용해서 사람들의 심리를 진단하고 상담을 진행하는 학문이야. 이 분야에서 바리공주를 활용한 청소년 대상 문학치료 프로그램을 설계했어. 바리공주 이야기가 청소년의 삶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는 거야. 청소년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나이대에 해결해야 하는 발달과업이 있어. 우선 가족 내에서 부모와 친밀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나는 누구인지 자아 정체감을 확립해야 해. 그리고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나아가 부모에게서 분리되어 건강한 독립도 이루어야 해. 그런 청소년의 발달과업이 바리공주 이야기에 담겨있다고 봐. 특히 어린 나이에 빨리 어른이 된 이른바 ‘부모화된’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대. 부모화된 청소년들은 언제나 어른스럽고 착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이런 모습이 바리공주와 비슷해서 바리공주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연스레 부모화된 청소년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 예상하고 있어.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 <바리공주>의 화자별 차이 살피기 바리공주 신화는 죽은 사람을 위로하는 굿에서 불려. 이 굿을 부르는 이름이 지역마다 다른데 서울에서는 진오기굿, 호남에서는 씻김굿이라 불리지. 굿을 주관하는 사람은 무당이야. 그런데 무당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달라진대. 완전 흥미롭지 않아? 이 연구에서는 동해안 지역 무당 A·B·C의 신화를 살폈어. A 무당이 부르는 <바리공주>는 바리공주 아버지가 병이 나는 과정과 바리공주가 약수로 아버지를 살려내고 둘이 대화하면서 마음을 풀어내는 과정이 구체적이야. B 무당이 부르는 <바리공주>는 바리공주 어머니의 감정이 두드러져. 또 바리데기와 동수자가 만나는 장면이 오락성이 강해. 가장 마지막에 살아난 부모가 외손자를 만나 노래를 부르며 기쁨을 표현하기도 하지. C 무당이 부르는 <바리공주>는 인물 간에 갈등이 심한 게 특징이야. 부모·여섯자매·무장승 모두가 바리공주와 갈등이 심해. 이런 특징은 왜 나타나는 걸까? 무당마다 같은 <바리공주> 이야기를 읽고 느낀 점이 다르기 때문이야. 신화를 읽는 독자, 즉 무당이 바리공주를 어떻게 바라보느냐 그 해석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는 거지. A 무당은 바리공주를 보면서 효녀 심청을 떠올렸대. 그래서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전한다고 해. C 무당은 보다 바리공주에 집중해. 딸, 아내, 어머니가 되기까지 어느 과정 하나 순탄하지 않았던 바리데기의 모습을 여성의 삶 전반의 시련을 대표하는 신이라 생각했다고 해. 그래서 다른 인물과 갈등이 부각된 거지.
등장인물 모두가 다 죽는 <바리공주>도 있다! : 함경도 바리데기 바리공주 줄거리를 읽으면서 기분이 어땠니? K는 바리공주 신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바리공주가 너무 착하고 희생이 당연한 게 싫거든. K와 같은 독자를 위해 함경도 지역 <바리데기>를 소개할게. 이 지역 신화는 모두가 다 죽는 게 특징이야. 병에 걸린 부모도, 여섯 언니도, 바리공주도 다 죽거든. 워후 이 진한 막장드라마 향기! 함경도 <바리데기>를 살펴보자. 함경도 <바리데기>는 바리공주가 약수를 구하는 부분까지는 내륙과 내용이 같아. 그런데 약수를 구하고 나서부터 내용이 달라지지. 바리공주가 구해온 약수로 어머니 덕주아 부인이 죽었다가 다시 환생해. 그런데 여섯 언니가 어머니가 환생할 줄 모르고 남은 재산을 가지고 다투고 있던 거야. 이를 본 어머니가 저승에서 가져온 물건을 여섯 딸에게 주어서 모두 죽어. 이를 보던 바리공주도 별다른 행동을 하지 못하고 앓다가 죽지. 어머니 덕주아 부인은 이후에 여기저기 절을 떠돌아다니다가 죽어. 모두가 죽는 이 이야기,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여러 연구 결과를 정리해서 설명하자면, 우선 다른 지역 <바리궁주> 이야기 속 ‘효’를 일부러 웃기게 희화화한다는 의견이 있어. 바리공주가 고생고생해서 기껏 구해온 약수로 살린 어머니는 허망하게 죽고 말지. 이런 구조가 효 이데올로기를 희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거야. 또 하나는 함경도 지역에서 불교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서 비극적 결말로 마무리됐다는 연구도 있어.
에픽로그에서 제작한 한국 여신 MBTI 테스트에 들어간 바리공주 이미지. 선한 느낌이 잘 살아있어!
오늘 K와 함께 살펴본 <바리공주> 이야기 어땠니? 바리공주를 해석하는 시각은 다양하지만, 공통된 의견은 바리공주가 고난과 시련을 견뎌낸 신이라는 점이야. 바리공주가 죽은 이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망자천도신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지. 태어나 누구보다 힘든 삶을 살았던 사람이 바로 바리공주니까. 신화 줄거리도 재밌지만 연구한 학자들도 대단하지 않아? 어떻게 학자들은 이런 거 다 찾아서 공부하는지 모르겠어. 앞으로 2주에 한 번 찾아오는 한신소 코너에서 우리나라 여러 신을 소개해줄게!! 그럼 2주 후에 만나!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