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할 수명장자는 요괴나 귀신은 아니고 악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명장자는 놀부나 옹고집처럼 그냥 못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특수한 능력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맹수들을 통솔하는 것입니다.

에픽로그에서 그린 수명장자의 모습. 사나운 짐승과 차가운 인상의 수명장자의 표정이 눈에 띈다.

에픽로그에서 그린 수명장자의 모습. 사나운 짐승과 차가운 인상의 수명장자의 표정이 눈에 띈다.

<천지왕본풀이>에 따르면 수명장자에게는 날래고 사나운 말과 소가 각각 아홉 마리며 사나운 개 또한 아홉 마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맹수들을 앞세운 수명장자에게 그 누구도 대항 할 수 없었기에 수명장자는 자신의 힘만을 믿고 악행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동물을 다루는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 역시 힘이 장사며, 정신력도 평균 이상으로 예상됩니다. 그 근거로는 먼저 수명장자가 몰락하게 되는 원인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무서울 것이 없어진 수명장자는 하늘을 바라보며 “누가 감히 날 재적 할 수 있으랴!”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하는데 이 소리가 천상계에 사는 천지왕의 귀에 들어간 것입니다. 이 일로 수명장자는 천지왕에게 징벌을 당하게 되는데 하늘을 바라 보며 저렇게 큰 소리를 쳤다는 것에서 그가 자신의 힘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저 자신감은 자신이 무력이 아니라 동물을 거느리는 힘에 대한 자신감일 수도 있는데 야생의 맹수들은 자신보다 강한 존재를 따른다는 것을 생각하면 수명장자가 힘도 장사라는 가설을 뒷받침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정신력에 대한 부분은 천지왕이 그를 징치하러 왔을때 나타납니다. 천지왕은 다섯마리의 용이 이끄는 수레에 타고 번개장순, 벼락장군, 화덕진군, 풍우도사 등의 천계의 장군들을 대동한체 수많은 병사들을 이끌고 수명장자 앞에 나타납니다. 보통사람이라면 그 모습만 봐도 전의를 잃고 싹싹 빌었겠지만 수명장자는 조금의 위축됨이 없이 짐승들을 풀어 친지왕에게 덤벼들었습니다. 여기에서 그가 정신력이 강하다는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 수명장자는 동물들을 앞세우고 싸웠을때 져본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길거라 생각하고 덤벼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뒤의 이야기를 보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천지왕의 손짓 한 번에 수명장자의 동물들은 하늘에 떠올라 수명장자의 집 지붕위에 올려 버리니 동물들을 지붕위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울부짖었습니다. 수명장자의 자랑거리이던 짐승들이 그야말로 너무나도 간단히 당해버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수명장자는 하늘의 군사들과 싸우며 저항했으나 결국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천지왕이 사로잡힌 수명장자의 머리에 쇠테를 씌우자 쇠테는 수명장자의 머리를 사정없이 조이기 시작했습니다. 자랑하던 동물들이 제압 당하고, 자신도 사로잡혀 머리에 쇠테까지 씌어져 큰 고통을 받고 있으니 이쯤하면 천지왕에게 굴복할 만도 한데 그 상황에서도 수명장자는 꺾이지 않고는 자신의 종을 불러 “내 머리가 너무 아프니 도끼로 머리를 깨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수명장자는 강한 힘과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 상황에게 꺾이지 않는 강한 정신력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마음씨만 착했으면 영웅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정신력이 너무 강해서 마음을 고쳐먹지도 않고 훗날 천지왕의 아들인 소별왕에게 죽어 최후를 맞이하게되니 여러모로 아까운 인물입니다. 심지어 죽을때 조차 그냥 죽지 않고 수천마리의 파리와 모기, 빈대와 벼룩같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해충이 되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죽어서도 개심하지 않는 인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수명장자는 굉장히 매력적인 악당으로 콘텐츠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동물을 다루는 능력은 소와 말, 개 뿐만이 아니라 더 사납고 난폭한 맹수들을 길들일 수 있다면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실제로 주호민 작가의 웹툰인 신과 함께에서 수명장자는 소와 말, 개 뿐만이 아니아 코끼리나, 독수리, 표범 같은 다양한 동물들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여기에서 한 번 더 나아가 구미호나 이무기 같은 동물이 기반인 요괴나 용이나 해태같은 신수까지 길들여 자신의 부하로 부릴 수 있다면? 그때 수명장자는 단순히 인간세상에서 행패를 부리는 존재 정도가 아니라 신들과도 싸워볼만한군세를 거느린 존재로 거듭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이미 소별왕에게 정벌당해 고인이 되어버렸다는 점인데 그냥 평범하게 모종의 이유로 부활했다고 하는 것도 좋고 좀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게 사용하고 싶다면 TRPG게임으로 유명한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에 등장하는 걸어다니는 벌레떼 처럼 수많은 해충들이 인간형상으로 뭉쳐 있는 모습으로 등장시키는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해충으로 흩어져버린 수명장자가 인간을 초월한 정신력과 집념으로 옛날 자신의 몸들을 뭉쳐 형체를 구축했다고 하면 아주 말이 안되는 것은 아닐 것이며, 언제든지 흩어졌다가 이후에 인간 형태로 다시 뭉칠 수 있어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 즉시 수많은 벌레로 분리되어 땅속이나 벽속으로 도망쳐 버리거나 평소보다 더 많은 해충들을 모아 거대한 모습으로 만들 수 있는 등 상상력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